칠레에서
말로써가 아니라 삶으로 실천하는 사랑

전웅희 스테파노 신부
찬미 예수님!
사순 시기의 시작을 알리는 재의 수요일에 우리는 이마에 재를 바르고 회개하고 복음을 믿으라는 말씀을 되새기며 예수님의 고난과 죽음을 묵상하고 그리스도의 부활을 기다립니다. 이 기간에 우리는 회개와 기도, 금식, 선행을 통해 더 깊은 신앙의 삶을 살아가려는 노력을 합니다. 그래서 사순 시기의 핵심은 예수님의 고난을 통해 우리에게 다가온 구속의 사랑을 되새기며, 그 사랑에 응답하는 삶을 살려고 노력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저는 칠레의 Alto Hospicio(알또 오스삐시오)에 있는 본당 Nuetra Señora del Carmen(카르멘 성모 마리아)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2년이라는 시간을 보내면서 이곳 현실의 어둠과 빛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특히나 많은 젊은이들의 삶은 그리 녹록지 않습니다. 늘 마약의 유혹과 갖가지 범죄에 쉽게 노출되어 있고, 가정 폭력을 비롯한 많은 가정 문제로 트라우마에 시달리기도 합니다. 특히 고해성사나 면담을 할 때면 제가 생각지도 못한 아픔과 상처를 갖고 살아가는 젊은이들이 많아 안타까움을 넘어서 어떻게 하면 함께 그 고통을 나눌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2년 동안 시간이 날 때마다 가정 방문을 하고 부모님들을 만나 함께 식사하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본당에서 젊은이들이 함께할 수 있도록 협조를 구하였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처음 본당에 왔을 때에는 활동하는 청년들이 전혀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지금은 20명 정도 되는 청년들이 매주 토요일에 모여 함께 신앙에 대해서 나누고 교회의 기본적인 교리 주제를 토대로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때로는 기도 모임과 봉사활동을 하면서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저는 청소년들은 성장과 변화의 시기에 있으며, 이 시기의 삶은 도전적이고 복잡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선교사제는 청소년들에게 신앙을 통해 진리와 사랑을 전달하는 사명을 가지고 단순히 복음을 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하는 방식으로 신앙을 보여주고, 그들이 자신의 신앙을 성장시킬 수 있도록 돕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단지 말로써 복음을 전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통해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청소년들에게 중요한 것은 단순한 교리나 규범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를 닮아가는 삶의 모델을 보는 것이고. 선교사제가 자신의 삶에서 신앙을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청소년들은 자연스럽게 그 삶을 따라 배우고, 신앙을 더 깊이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선교사제의 삶 중에 하나는 청소년들에게 신앙의 깊이를 전달하고, 그들이 그리스도와의 관계를 키울 수 있도록 돕는 여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의 삶 속에서 믿음의 본보기가 되어 주고, 기도와 봉사를 통해 신앙을 실천하며, 청소년들이 하느님과의 관계를 더욱 깊이 느끼고 살아갈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청소년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것은 단지 말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인생의 동반자가 되어 주고, 그리스도의 사랑을 몸소 보여주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청소년들이 진정한 믿음의 길을 걸어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선교사제의 중요한 역할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아직 저는 부족한 점이 많은 선교사제이지만 늘 기도하고 저를 돌아보며 하느님께 청합니다. 사순 시기 동안 예수님의 희생과 사랑을 되새기며 그분의 가르침을 실천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어떻게 실천할지에 대한 고민으로 뜻깊은 시간을 보내시기를 기도드립니다. “때가 차서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다.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마르 1,15).
===
적극적인 자선과 희생의 실천

김승훈 안토니오 신부
찬미 예수님!
안녕하십니까! 칠레 이끼께에서 사목하고 있는 김승훈 안토니오 신부입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시기가 어느덧 2025년도가 3월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그리고 5일 재의 수요일을 시작으로 사순시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사순 시기는 인간을 위해 목숨을 바치신 예수님에 대한 사랑으로 불타올라 회개의 삶을 살아가는 정화의 시간입니다. 재의 수요일인 3월 5일부터는 교회 전례력으로 사순 시기가 시작됩니다. 사순 시기는 재의 수요일부터 성 목요일 주님 만찬 미사 전까지라는 것을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이 기간은 글자 그대로 40일이라기보다는 부활을 준비하는 회개와 정화의 시기라는 상징적 의미로 이해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사순 시기는 그리스도의 수난에 동참하면서 우리의 죄를 참회하고 보속하는 시기이기에 미사 전례의 독서와 복음도 이런 내용으로 꾸며집니다. 또 그리스도의 수난에 적극 동참한다는 뜻에서 전례 중 기쁨을 상징하는 요소인 ‘대영광송’과 ‘알렐루야’를 바치지 않습니다. 그리고 사제의 제의도 회개와 속죄를 상징하는 보라색(자색)으로 바뀝니다. 그러나 사순 제4주일에는 부활의 기쁨을 미리 맛본다는 의미에서 장미색 제의를 입기도 하지요.
교회는 또 신자들이 그리스도의 수난의 신비를 깊이 깨달을 수 있도록 ‘십자가의 길’ 기도를 자주 바칠 것을 권고하며, 주님 수난 성지 주일로 시작하는 사순 마지막 주간을 성주간으로 정해 그리스도의 파스카 신비를 묵상하는 가장 거룩하고 뜻깊은 기간으로 보내도록 초대하고 있습니다.
사순 시기가 시작되면 많은 신자들이 보속과 희생을 결심하면서 나름의 계획을 세우곤 합니다. 그러나 담배와 술 끊기, 금식과 금육 등 소극적인 극기 생활에만 중점을 두기 쉽습니다. 이번 사순 시기에는 주님의 수난에 더욱 적극 동참하기 위해 생활 속에서, 예를 들자면 가정에서, 직장에서, 이웃 사이에서의 관계 등 적극적인 자선과 희생을 실천해 보면 어떨까요! 저 또한 이번 사순 시기를 맞이하여 나는 과연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고난과 고통에 어떻게 동참해야 할까 생각해 봅니다.
뚜렷한 답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저 삶의 자리에서 그리스도의 삶과 수난 고통을 하루하루 묵상하며 현지에서 열심히 일상을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물론 핵심은 그리스도와 함께하는 것이겠지요. 그리스도의 사랑과 희생과 인내와 겸손 그리고 기도가 함께하는 삶이야말로 이 사순 시기에 더욱 필요한 덕목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특히 이번 사순 기간에 병환 중에 계시는 프란치스코 교종을 특별히 생각하며 기도하는 것도 잊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안팎으로 혼란스러운 시대입니다. 이런 때일수록 세상에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기도가 절실히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무쪼록 뜻깊은 사순 시기를 보내시기를 기원하겠습니다

|